원문

제목: 임종 결정에 대한 존중: 경건한 육탈된 뼈로 남을 수 있도록

“생명은 죽음에 대한 부정이다. (...) 죽음에서의 저항은 인간에게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바타유(조한경 역), 에로티즘, 1997).”  인간 생명은 본질적으로 죽음을 거부한다. 죽음과 구토와 구더기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를 괴롭게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죽음에 대한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삶의 끝에서, 구토와 구더기에서 벗어나 경건한 ‘육탈된 하얀 뼈’로서 죽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에 대한 개인의 판단, 즉 연명치료 및 안락사에 대해 개인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결정은 타인의 침해로부터, 심지어는 개인 자신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중증치매 환자가 자신의 연명치료 및 안락사와 관련한 결정을 번복하고자 하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함을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먼저, 중증의 치매 환자가 과거 자신의 연명치료 및 안락사와 유관한 판단을 내리던 때의 자신과 동일성을 지니는지 논증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동일성의 논쟁에 대해서, 심리적 연속성 대 신체적 연속성 중 무엇이 그 핵심 요건인지 살피는 철학적 논의가 존재한다 (로크(이재한 역), 인간오성론, 2009). 필자는 개중 심리적 연속성이 개인동일성의 필요충분조건임을 역설하고자 한다. 즉, 중증치매 환자는 이전의 자신과 인격적 동일성을 지닌다 볼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의 지속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개인동일성을 확보하지 못한 환자가, 발병 이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행위는 당위성이 없다.

다음으로, 연명 치료 및 안락사, 즉 인간 임종 상황에서의 죽음에 대한 결정이 지니는 중요성을 역설하고자 한다. 사람이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다른 결정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결정은 특히 특수성과 중요성을 지닌다. 죽음은 불가역적이며, 신체구조의 완전한 파괴, 존재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그 인간을 둘러싼 이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헌법상의 권리인 자기결정권의 일환으로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역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로서 부상하고 있다. 이렇듯 사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죽음에 대한 결정,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임종을 맞이할 결정은 큰 고심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이 온전한 정신에 만전을 기울여 선택한 자신의 죽음에 대한 모습을 중증치매 발병 이후 쉬이 뒤집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 자기결정권에 대한 막중한 침해이자 그의 삶의 종결에 대한 모욕이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개인의 주변인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죽음에 대한 결정은 개인뿐만 아닌, 주변인들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선택이다. 특히 중증치매는 고령의 환자들에게서 많이 발병한다는 특징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들의 가족, 특히 자녀들에게 가해질 정신적 고통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 중증치매 발병 이전에 한 선택은 자녀 및 가족들에게도 자연스레 고지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해 많은 논의와 숙고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중증치매 발명 후의 개인이 이를 번복하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쉬이 뒤집는 모습을 보인다면, 가족이 겪게 될 충격은 막심할 것이다. 따라서 중증치매 발병 환자의 연명치료 및 안락사에 대한 결정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개인의 온전한 임종 준비뿐만 아닌, 가족 모두를 고통 받게 하는 행위이다.

“육탈된 하얀 뼈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더 이상 끈적거림의 위협에 내던지지 않는다 (바타유(조한경 역), 에로티즘, 1997).” 끈적거리는 죽음에 대해, 이를 끝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쉬이 종결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온전한 개인의 선택임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만일 더 이상 인격적 동일성을 지닌다 볼 수 없는 개인이, 지금껏 지내온 과거 정신의 죽음에 대한 결정을 번복한다면, 이는 당위성의 차원에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가족, 주변인 모두에게 해악을 끼치는 모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와 관련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개인의 중증치매 발병 전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연명치료 및 안락사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단락별 분석

제목: 임종 결정에 대한 존중: 경건한 육탈된 뼈로 남을 수 있도록

[단락1] “생명은 죽음에 대한 부정이다. (...) 죽음에서의 저항은 인간에게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바타유(조한경 역), 에로티즘, 1997).”  인간 생명은 본질적으로 죽음을 거부한다. 죽음과 구토와 구더기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를 괴롭게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죽음에 대한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삶의 끝에서, 구토와 구더기에서 벗어나 경건한 ‘육탈된 하얀 뼈’로서 죽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에 대한 개인의 판단, 즉 연명치료 및 안락사에 대해 개인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결정은 타인의 침해로부터, 심지어는 개인 자신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중증치매 환자가 자신의 연명치료 및 안락사와 관련한 결정을 번복하고자 하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함을 세 가지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단락2] 먼저, 중증의 치매 환자가 과거 자신의 연명치료 및 안락사와 유관한 판단을 내리던 때의 자신과 동일성을 지니는지 논증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동일성의 논쟁에 대해서, 심리적 연속성 대 신체적 연속성 중 무엇이 그 핵심 요건인지 살피는 철학적 논의가 존재한다 (로크(이재한 역), 인간오성론, 2009). 필자는 개중 심리적 연속성이 개인동일성의 필요충분조건임을 역설하고자 한다. 즉, 중증치매 환자는 이전의 자신과 인격적 동일성을 지닌다 볼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의 지속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개인동일성을 확보하지 못한 환자가, 발병 이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행위는 당위성이 없다.

[단락3] 다음으로, 연명 치료 및 안락사, 즉 인간 임종 상황에서의 죽음에 대한 결정이 지니는 중요성을 역설하고자 한다. 사람이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다른 결정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결정은 특히 특수성과 중요성을 지닌다. 죽음은 불가역적이며, 신체구조의 완전한 파괴, 존재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그 인간을 둘러싼 이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헌법상의 권리인 자기결정권의 일환으로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역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로서 부상하고 있다. 이렇듯 사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죽음에 대한 결정,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임종을 맞이할 결정은 큰 고심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이 온전한 정신에 만전을 기울여 선택한 자신의 죽음에 대한 모습을 중증치매 발병 이후 쉬이 뒤집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 자기결정권에 대한 막중한 침해이자 그의 삶의 종결에 대한 모욕이다.